자동차 물리 버튼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 터치스크린보다 편한 기능은 따로 있다
최근 자동차를 타보면 실내에서 버튼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는 공조장치와 오디오, 시트 열선 등을 별도의 버튼으로 조작했지만 이제는 커다란 디스플레이에 기능을 모아 놓은 차량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가 모든 운전자에게 편리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운전 중에는 화면을 터치하는 것보다 손끝으로 찾을 수 있는 버튼이 더 낫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자동차 물리 버튼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페라리의 전기차 Luce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차량의 디자인에 참여한 전 애플 디자인 책임자 조니 아이브는 화면 중심의 자동차 실내 대신 촉각적인 조작 경험을 강조했습니다. 페라리는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유지하면서도 주요 기능에는 실제 스위치와 다이얼을 적용했습니다.
자동차에서 버튼이 사라진 이유
자동차 회사들이 터치스크린을 확대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실내 디자인을 단순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대시보드에 수십 개의 버튼을 배치하는 대신 하나의 화면에 기능을 모으면 깔끔한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메뉴 구성이나 기능을 변경하기도 편리합니다. 기존 물리 버튼은 한 번 설계하면 용도를 바꾸기 어렵지만 화면 속 버튼은 소프트웨어만 수정해도 위치와 표시방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차종마다 다른 버튼과 배선을 설계하는 부담을 줄일 여지도 있습니다.
소비자에게는 첨단 자동차라는 이미지를 전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런데 운전 중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마트폰은 보통 화면을 보면서 사용합니다. 손가락으로 원하는 아이콘을 찾고 누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자동차는 다릅니다.
운전자는 기본적으로 전방 도로와 주변 차량을 살펴야 합니다. 화면을 보면서 메뉴를 찾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도로에서 시선을 떼게 됩니다.
특히 처음 타는 자동차에서는 공조장치나 열선 기능이 어느 메뉴에 있는지 찾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물리 버튼은 익숙해지면 위치를 기억하고 손끝의 감각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버튼도 처음에는 위치를 익혀야 합니다. 모든 물리 버튼이 무조건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자주 사용하는 기능에서는 조작 과정이 짧아질 수 있습니다.
페라리는 왜 다시 버튼을 선택했을까
페라리 Luce의 실내에는 디지털 화면과 실제 조작장치가 함께 사용됩니다.
공조 기능에는 금속 토글스위치가 적용됐고 주행 관련 기능에는 다이얼과 스위치를 활용했습니다. 디스플레이 자체를 없애기보다 운전자가 직접 조작하는 부분과 정보를 표시하는 부분을 구분한 것입니다.
디자인을 맡은 조니 아이브는 자동차에서 터치 조작을 하려면 조작하는 대상을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아이브가 스마트폰 디자인으로 유명한 인물이라는 사실입니다.
스마트폰에서는 터치스크린이 혁신적인 해결책이었지만 자동차에서도 반드시 같은 방식이 최선인 것은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에어컨 온도 조절은 왜 불편해졌을까
대표적인 사례가 공조장치입니다.
기존 자동차에서는 온도 조절 다이얼을 돌리거나 버튼을 눌러 풍량을 변경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일부 신형 차량에서는 공조 메뉴를 먼저 열고 화면에서 온도나 풍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운전자가 자주 사용하는 기능인데도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면 불편함이 생깁니다.
특히 장갑을 착용하거나 노면이 울퉁불퉁해 손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작은 화면 아이콘을 정확하게 누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실내 온도처럼 자주 변경하는 기능을 물리 버튼으로 남겨두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화면이 더 편한 기능도 있다
그렇다고 자동차의 모든 기능을 물리 버튼으로 되돌릴 필요는 없습니다.
내비게이션 지도 확대, 목적지 검색, 차량 설정처럼 다양한 정보를 표시해야 하는 기능은 화면이 유리합니다.
지도는 시각적인 정보가 중요하고 목적지 검색에는 문자 입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온도 조절이나 비상등처럼 빠르고 단순한 조작이 필요한 기능은 물리 버튼이 편리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버튼과 화면 가운데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능의 특성에 맞춰 조작방법을 구분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버튼이 많으면 무조건 좋은 자동차일까
물리 버튼을 지나치게 많이 배치해도 문제가 생깁니다.
비슷한 크기와 모양의 버튼이 촘촘하게 배열돼 있으면 운전자는 원하는 기능을 찾기 어렵습니다.
과거 자동차 가운데는 센터페시아에 수십 개의 버튼이 들어가 처음 탑승한 사람이 사용법을 익히기 어려운 모델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물리 버튼의 개수보다 위치와 구분 방식이 중요합니다.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손이 쉽게 닿는 곳에 배치하고 버튼의 모양과 촉감을 구분한다면 운전자는 시선을 크게 이동하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습니다.
음성인식이 버튼을 대신할 수 있을까
최근 자동차는 음성명령으로 공조장치와 음악, 내비게이션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운전 중 화면을 터치할 필요가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음성인식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동승자와 대화하고 있거나 음악소리가 큰 상황에서는 명령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운전자가 원하는 기능을 짧은 버튼 조작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매번 말을 해야 한다면 오히려 번거로울 수도 있습니다.
음성인식은 유용한 보조수단이지만 모든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완벽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자동차를 구매할 때 직접 확인할 것
신차를 시승한다면 디스플레이 크기만 보지 말고 실제로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조작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운전석에 앉아 에어컨 온도를 바꾸고 풍량을 조절해 보세요.
시트 열선과 통풍 기능을 켜는 데 몇 번의 조작이 필요한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핸들에 있는 버튼이 실제로 눌리는 방식인지 터치 방식인지, 오작동하기 쉬운 위치는 아닌지도 살펴보면 좋습니다.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 동안 공조 기능을 변경할 때 지도 화면이 가려지는지도 확인할 만한 부분입니다.
이런 사용성은 자동차 제원표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
화면 중심의 자동차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조작 편의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화면 하단에 고정하거나 메뉴 단계를 줄이는 방식이 가능합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단축 아이콘으로 배치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화면 메뉴를 개선하더라도 실제 버튼을 누를 때의 촉각적인 피드백까지 완전히 대신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조사들이 소프트웨어 개선과 함께 주요 물리 조작장치의 필요성을 다시 검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자동차 실내는 어떻게 달라질까
페라리 Luce의 디자인은 단순히 옛날 자동차로 돌아가자는 제안이 아닙니다.
디지털 화면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사람이 직접 조작하는 부분에 촉각과 움직임을 되살리려는 접근입니다.
실제로 Luce는 디지털 디스플레이와 금속 스위치, 회전식 조작장치를 함께 사용합니다.
앞으로 모든 자동차가 같은 방향으로 바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차량의 가격과 성격, 제조사의 디자인 철학에 따라 차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운전자가 화면을 오래 바라보지 않고도 필요한 기능을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자동차에서 중요한 것은 화면 크기가 아니다
자동차 물리 버튼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버튼 자체에 대한 향수 때문만은 아닙니다.
운전 중 필요한 기능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조작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터치스크린은 복잡한 정보를 표시하고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기에 유리합니다. 물리 버튼은 익숙한 기능을 손끝으로 빠르게 조작하는 데 장점이 있습니다.
좋은 자동차 실내는 두 기술 가운데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장점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새 차를 고를 때 화면이 얼마나 큰지만 확인하기보다 운전 중 에어컨 온도를 바꾸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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