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기차 판매 급증, 휘발유·경유차는 정말 사라지고 있을까

유럽에서 휘발유·경유차 판매는 줄고 전기차는 늘었다, 실제 숫자는 얼마나 달라졌나

유럽 전기차 판매가 다시 빠르게 늘면서 자동차 시장의 동력원 구성이 크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9월 24일 유럽자동차제조협회 ACEA가 공개한 8월 자료에서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판매 증가가 휘발유·디젤 자동차의 감소를 상쇄하며 전체 시장을 끌어올렸습니다.

유럽연합의 8월 신차 등록은 83만2,637대로 전년 동월보다 5.3% 증가했습니다. 특히 순수전기차는 52.2%,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13.5%, 일반 하이브리드는 3.4% 증가했습니다. 세 종류를 합치면 전체 신차의 73%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Reuters

숫자만 보면 “유럽에서 이제 내연기관차가 거의 사라지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실제 상황은 조금 더 나눠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순수전기차가 52.2% 늘었다는 의미

52.2%라는 숫자는 전체 자동차의 절반 이상이 새로 전기차가 됐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해 신규 등록된 순수전기차의 대수가 52.2% 증가했다는 뜻입니다.

비율을 볼 때 이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판매 증가율이 높더라도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별도의 숫자입니다.

그럼에도 50%가 넘는 증가율은 유럽 전기차 수요가 최근 다시 강하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Reuters

하이브리드까지 합치면 왜 73%가 넘을까

현재 유럽 자동차시장을 볼 때 순수전기차만 보면 전체 흐름을 놓치기 쉽습니다.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와 외부충전이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ACEA 자료에서는 순수전기차·PHEV·하이브리드를 합친 전동화 차량이 8월 전체 신차등록의 73%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Reuters

따라서 현재 유럽의 변화는 ‘모든 소비자가 바로 순수전기차로 이동한다’기보다 전통적인 휘발유·디젤 단독 차량에서 다양한 전동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휘발유와 디젤은 왜 줄고 있을까

유럽에서는 배출가스 규제와 각국의 지원정책, 높은 연료가격 등이 자동차 선택에 영향을 줍니다.

전기차 모델 종류도 과거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예전에는 전기차를 사고 싶어도 가격과 차종, 주행거리 때문에 선택지가 제한적이었습니다.

현재는 소형차부터 SUV, 고급차까지 전기차 제품군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로이터가 전한 ACEA 분석 역시 시장지원 정책과 더 넓어진 모델 선택지가 전동화 자동차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Reuters

중국 자동차회사도 유럽에서 커지고 있다

이번 변화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중국 브랜드입니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자국 시장에서 축적한 전기차와 배터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럽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중국산 전기차에 추가 관세를 적용하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은 현지 생산과 다양한 브랜드 전략을 통해 시장을 넓히고 있습니다.

8월 유럽 자동차 등록 증가 속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시장 존재감이 확대됐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Reuters

전기차 경쟁이 단순히 엔진을 배터리로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유럽·중국·한국·미국 자동차회사의 시장점유율까지 바꾸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유럽에서 내연기관차가 곧 사라질까

아직 그렇게 단정할 단계는 아닙니다.

신차 판매가 빠르게 전동화되더라도 이미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자동차는 수년에서 10년 이상 사용됩니다.

오늘 판매되는 신차의 구성이 달라진다고 기존 휘발유·디젤 자동차가 다음 해에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또 국가별 충전 인프라와 전기요금, 보조금 정책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유럽 전체 통계와 특정 국가의 상황이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8월 전기차 판매 급증’을 ‘내연기관 자동차가 즉시 끝났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하이브리드가 중간단계 역할을 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이 불편하거나 장거리 주행이 많은 소비자는 하이브리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하이브리드는 주유방식을 그대로 이용하면서 전기모터를 활용해 연료효율을 높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존 자동차에서 넘어가기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짧은 거리를 전기로 달리고 장거리에서는 엔진을 함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자동차 시장의 전동화는 순수전기차 한 종류로 바로 통일되기보다 여러 동력원이 경쟁하는 과도기를 거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 자동차시장과 같은 흐름일까

유럽 판매통계를 그대로 한국 소비자의 선택에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자동차 가격과 보조금, 충전환경, 주택형태, 주행거리 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전기차를 구입하려는 사람은 유럽 판매량보다 자신이 집이나 직장에서 충전할 수 있는지, 실제 주행거리는 얼마나 필요한지, 보조금 적용 후 가격은 얼마인지 등을 먼저 봐야 합니다.

다만 글로벌 자동차회사가 어느 종류의 차량에 투자를 늘릴지는 유럽과 중국 같은 대형시장의 변화에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유럽의 전동화 속도는 향후 국내에 출시될 차종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숫자가 보여주는 것은 ‘전환의 방향’

이번 유럽 전기차 판매 자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달 동안 전기차가 몇 대 팔렸느냐만이 아닙니다.

순수전기차가 전년보다 52.2% 증가했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일반 하이브리드를 합친 전동화 차량이 신차등록의 73% 이상을 차지했다는 것은 자동차 소비의 방향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Reuters

다만 이것을 ‘내연기관차의 즉각적인 종말’로 해석하는 것도 지나칩니다.

현재 유럽은 휘발유·디젤 중심 시장에서 순수전기차와 여러 형태의 하이브리드가 함께 커지는 전환 과정에 있습니다.

앞으로 볼 숫자는 단순 전기차 성장률뿐 아니라 보조금이 줄어든 뒤에도 수요가 유지되는지, 충전 인프라가 얼마나 확대되는지, 중국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어디까지 올라가는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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